펌))해군의 장기항해

2020. 10. 30. 10:43밀리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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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해군출신들이나 아는사람들은 알겠지만 해군 출동은 일정기간 동안 바다에 선 그어놓은 구역에 가서 레이더 열심히 돌리면서 경비뛰는게 임무이다.

가끔가다가 실전으로 함포도 쏴주고 유도탄 발사준비도 하지만

물론 함형마다 방식과 기간이 다르니 자세한건 해군가서 알아보셈. 대한민국 해군은 당신의 입대/재입대를 환영합니다.

 

1. 장기항해의 정의

사실 장기항해의 정의는 없다. 그냥 내가 좆같으면 길게뛰는거임. 원래 하루짜리 항해훈련인데 재수없어서 이틀짜리로 연장되면 그게 장기항해인거고 순항훈련 전단 같이 해외가서 먹고 놀고(리셉션) 쇼핑도 하고(미군 PX. 존나 싸다) 그러면 2주넘게 뛰어도 기분좋은 항해인거지. 다음 정박지는 얼마나 재밌을까 노가리까면서 말이야

 

근데 사람이 좆같아지는 항해는 예정에 없던 항해들이다. 대충 1주일짜리 항해라서 '아 ㅋㅋㅋ 짬도 있는데 뭐 이정도는 껌이지 ㅎㅎㅎ' 하면서 1홋줄 걷고 나가서 6일이 지났을때.

우리배 교대해줄 배가 나오면서 엔진이나 추진축 갈아먹어서 나오다가 그대로 다시 들어갔단 소리 들으면 1차로 빡치고

내일 쯤은 고치고 나오겠지? 하면서 기대에 가득차서 자고 일어나니 수리 안된다고 지랄거리는 위성전화소리를 들었을때 2차빡침

그럼 함대는 다른 교대 해줄 배는 안 알아보나 하고 확인해 보다가 '대신 나갈배가 없어' 하는 순간 3차 빡침

그러다가 한 일주일 지나있음.

 

대표적인 피해함정이

 

 

0함머의 ㄱㅇ함. 내가 저배 안탄걸 무척 다행으로 여겼음. 

 

2. 그럼 저런 배에서는 무슨일이 일어나는가? 보통 7가지 과정을 거치게 된다.

1) 현실부정

처음의 소식 전파는 구두로 이루어진다.

?? : 선임하사님? 함교올라갔다 보니까 저희 교대 배 엔진 좆됐다던데 말입니다. / 선임하사 : 조까 / 주변 하사,수병 : 맞습니다. 조까십쇼 / ?? : 아니 시발 진짠데

하지만 짬좀 있는 원상사 급에서는 '아 시발 올게 왔네' 하고 마음의 준비를 시작한다.

 

2) 현실 확인

그리고나서 원래 입항해야할 시간에 안들어가는 꼬라지를 보고나서는 아 시발 진짜네 하고 현실에 맞닥트린다.

 

3) 행복회로 풀 가동

그래도 점심먹기전엔 수리하겠지? 저녁먹기전에는 수리 하겠지? 야식먹기전엔 수리하겠지? 아침에 일어나면 수리하겠지?

애도를 표하도록 하자

 

4) 분노

'아 시발 좆같은 새끼들' '도움되는거 하나없는 000 00함 개새들'

가끔 실외갑판 나가서 소리지르는 중/하사들이 목격된다.

 

5) 공포

'아 진짜 출동한번 더뛰나?' '아 여자친구한테 연락해야되는데' '택배시켜놨는데'

 

6) 흥정

(장교를 찾아가서)'부장(기관장, 작전관 등등)님 일단 들어가면 안된답니까?' '우리배도 장비 하나 작살냅니까?'

기관부를 예시로 들면 '기관장님 지금 좌현디젤에 설탕 한봉지 타도 됩니까? 조리한테 달라면 줄겁니다' 'ㅎㅎ 미치셨어요?'

 

7) 순응

'하 시발 ㅠㅠ'

 

3. 순응까지 거치고 난 뒤

승조원들은 이제 체념을 하고 남은 개인보급물자를 확인하게 된다. 특히 담배

생각보다 일반적인 흡연자들은 엔간한 골초 아닌다음에야 담배를 보루로 사는경우는 별로 없다. 그리고 출동기간에 맞춰 계산해서 담배를 미리 사놓기 때문에 정상적인 출동기간이라면 담배가 모자랄 일은 별로 없다.

그런데 출동기간이 늘어났다. 흡연자들은 미치게 되고 담배 품귀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꼭 배에 한명씩은 담배를 보루로 사는 씹 꼴초가 있기 마련

나같은 경우에는 항상 체스터에 담배 두보루씩은 적재하고 다니다 보니 출동 연장 소식이 들린 후 한두명씩 찾아온다.

'한갑만 파십쇼'

 

그리고 한 이틀 후에는

'5개피만 파십쇼'

 

한 5일쯤 지나면

'한개피만 파십쇼'

 

담배 한갑에 4500원이니까 한개피에 220원 정도 된다 치자

그런데 이쯤되면 한개피에 500원, 천원, 2천원까지 올라가는 마법이 된다. 나는 한까치에 담배한갑으로 돌려받아 봤으니 보잉주식보다 나은 재테크라고 보면 된다.

 

4. 밥

함 승조원들이 출동기간에 먹을 쌀, 김치, 된장고추장, 조미료, 야채, 고기 등등은 생각보다 양이 많다. 부식창고가 좁아서 식당에 쌓아두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조리부사관들과 조리부사관들의 부서장인 부장(윤영하급은 대위, PCC이상은 소령, DDH이상은 중령)은 출동기간 동안 먹을 부식의 양을 철저히 계산해서 청구하고 적재한다.

근데 출동이 늘어났으니 부식이 없네.

어제까지는 이러던 밥이

 

갑자기 이렇게 나온다

 

그리고 한 이틀 지나면

 

냉동식품 위주로 나온다.

 

그리고 한 5일 지나면

 

이것만 나온다. 부식적재를 좀 소홀히 한 배는 한 2일차부터 저게 나옴

 

그래서 사람들은 출동나가면 컵라면을 PX에서 잔뜩 사간다.

밥을 먹어도 먹은것 같지가 않은 좆같음이 내장에 휘몰아치는 그 더러움

 

5. 스트레스

사람이 땅을 안밟고 철판때기만 밟다보면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가끔가다가 화생방 최루가스가 면역인 사람이 나오는 것 처럼 배가 체질인 사람도 있긴 하지만 너 나 우리가 그럴일은 없으니 안심하도록 하자.

위에서도 말했듯이 항해중에 있는 즐거움이라고는 먹을것 밖에 없는데 밥이 저따위로 나온다 생각해봐라. 부처님도 아 오늘 밥 별로네 하시고 좌선하실꺼다

사비로 사다둔 컵라면이 있긴 한데 컵라면도 한두끼지

 

그리고 사람이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본성이 나온다고 사소한 것에도 쌍욕과 폭언까지는 아니고 목소리가 높아지게 된다.

그러다가 죽빵을 날리게 되면 금방 입항은 하게된다. 사건사고가 발생했으니 임무수행 안되고 빨리 입항시키긴 해야지. 근데 부두에 군사경찰과 감찰이 오랏줄 들고 기다리고 있으니 착한 군붕이들은 따라하지 말자.

 

6. 해상유류공수급

배에 기름은 다 떨어져 가고 고추장 된장도 떨어져갈때 쯤에도 불구하고 들여보내줄 기미가 보이지 않을때 함장님은 큰 결단을 하신다.

 

 

 

 

 

(전방함대의 경우)'AOE 불러라'

아니면

'야 지나가는 AOE 없냐'

전방함대로 전개를 나가는 AOE들이 있는데 얘네 임무는 이런 장기출동 함정들에게 기름과 밥을 주는 임무이다.

가끔가다가 전방함대로 전개 가던중에 3함대 함정들한테 기름주고 다시 전방함대로 가기도 한다.

 

그리고 2함머 중대형함정 출신들은 해상유류공수급 따로 훈련할 필요 없이 그냥 일상이고 알아서 잘 한다.

본인도 2번정도 해봤는데 누가 받아왔는지는 몰라도 그때 당시 신곡틀어줘서 매우 감사했다.

해상유류공수급때 개꿀인건 직별별로 선물을 보내준다는 점.

음료수부터 사탕, 담배, 과자, 잡지 등 읽을거리 등등등 온갖 싸제물건들이 들어오곤 한다.

 

하지만 기뻐하지 마라. 이런걸 받는다는건 느그배는 들어갈 기약이 안보인다는 거다. 그냥 안받고 일찍 들어가면 안되냐 ㅠㅠ

 

그리고 AOE 승조원들이 위에서 말했던 노래를 틀어주고 그 노래에 맞춰서 춤을 추는데 웃기다는 사람이 많지만 생각보다 빡친다.

 

 

7. 입항

이런식으로 오래오래 항해하다가 뛰다보면 언젠가는 입항하라고 그런다. 기뻐 죽는다.

(글쓴놈은 약 45일까지 뛰어봤다.)

그리고 입항하고 6홋줄 홀드하고 현문 설치와 동시에 영외자 핸드폰 불출하고

 

가끔 함대에서 고생했다고 군악대 불러서 연주도 해준다

 

이럴땐 가끔 뽕 차더라.

 

야! 집에가자! 라고 함미갑판에서 소리치고 있으면 함장님은 언제 사복 갈아입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야 부장 내일 전투휴무 해라' 하고 현문을 지나셔서 퇴근하신다.

그리고 나머지 승조원들도 뒷정리하고 퇴근준비.

하지만 기관부는 유류적재 해야지?

유류수급은 수리때 빼고 항상 탱크 적재량의 95%이상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짤 없이 야근이다.

흑흑 넘모 슬퍼요

 

8. 존나 재수없는 경우

기름까지 다 받고 당직자만 남기고 총원 퇴근하고 한두시간 후 울리는 카톡음

 

 

'현시각 긴급출항 준비' '총원 출근'

 

안그럴거 같지? 2번 겪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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